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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x가요TV] 안영일의 쥬크박스 미디어크로스오버 한국가요응원시리즈 < 김병걸 >편     PC로 등록된 글
관리자 (admin)   조회 : 858, 등록일 : 2021/09/14 09:24, 수정일 : 2021/09/23 10:52

 [안영일의 주크박스] 작사가 김병걸 

  “26년 전 이선희 못잡은 게 한”

   대학 졸업 후 시인 등단, ‘작사가’ 타이틀이 더 좋아…록까지 소화하는 

   문주란에 곡 주고파

    [제1531호] 2021.09.14 09:00

[일요신문] “어느 날 작곡가 사무실에 촌스럽게 파마머리를 한 조그만 여대생이 악보를 들고 찾아온 거예요. 오디션을 보러 온 거지요. 노래를 들어보니 촉이 딱 오는 겁니다. 그해 강변가요제 출연을 적극 추천 했지요.”

 

그 여대생은 국민가수 ‘이선희’다. 그녀는 그때 들고 온 ‘J에게’로 1984년 강변가요제 대상을 수상했다. 그를 적극 추천했던 이들은 작사가 김병걸(65)과 작곡가 송주호였다. 1985년 이선희의 데뷔 앨범은 ‘아 옛날이여’ 등을 작곡한 송주호가 전적으로 주도했다. 김병걸은 ‘혼자된 사랑’의 가사만 써줬을 뿐이다.

 

“그게 이선희와 처음이자 마지막 작업이었어요. 어느 인터뷰에선가 이선희는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로 1집의 내 노래를 꼽았다고 해요.” 김병걸은 26년 전 이선희를 잡지 못했던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선희는 첫 앨범 발표 이후 승승가도를 달려 지금은 손으로 꼽을 정도의 몇 안 되는 국민가수이니까. 

 

작사가 김병걸이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다 함께 차차차’(설운도 1991) ‘도시의 삐에로’(박혜성 1991) ‘남남북녀’(김지애 1991) ‘찬찬찬’(편승엽 1993) ‘안동역에서’(진성 2008) 등 불후의 명곡을 쓴 김병걸 또한 국민 작사가 반열에 있다. 

 

그는 경북 의성, 안동, 예천이 접하는 낙동강변 마을에서 유복한 가정의 9남 중 일곱째로 태어났지만 부친을 여의고, 형제들이 많아 늦게 대구예술대 방송학과를 들어갔다. 고등학교 때 글짓기에 나가면 늘 시 부문에서 입상한 데다, 졸업 직후 시인으로 등단해 문창과 진학을 고민했었다고 한다. 기독교방송국에서 ‘찐빵’ 가수 고 최희준 씨가 진행한 ‘그 시절 그 노래’ 대본을 쓰는 등 방송작가로 활약하던 중 문화방송 ‘전설 따라 삼천리’ 원고 초고를 쓴 시인 정공채 선생의 동생 정두수 작사가의 권유로 가요계 작사가로 나섰다. 지금은 고인인 정 작사가는 ‘가슴 아프게’(남진) ‘물레방아 도는데’(나훈아) ‘그 사람 바보야’(정훈희) ‘마포종점’ 등 3500여 곡을 쓴 그야말로 국보급 작사가다.

 

“정두수 선생께서 ‘우리 형 봐라. 시 쓰면 배고프다. 노랫말을 쓰는 게 네 살 길이다’라고 꼬드겼죠. 그래서 가요계로 발을 들였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후로 그가 40여 년 동안 쓴 곡은 트롯 발라드의 대중가요, 시·군 헌정가 등 2000곡이 넘는다. 특히 ‘진주가 아는데’ ‘안동역에서’ ‘상주곶감’ ‘무주연가’ 등 지역의 명소·명물 등을 제목으로 다룬 곡도 300여 편에 이른다. 그중 대표적인 히트곡 ‘안동역에서’는 2008년 안동시로부터 ‘진짜 안동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2000년 초 ‘안동 머슴아’로 썼던 곡을 새롭게 만들어 발표했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6년 후인 2014년 가수 진성이 새롭게 편곡을 하면서 국민가요로 거듭났다고. 그는 여전히 ‘시인’보다 ‘작사가’로 불리길 원한다. 작곡가이기도 한 그는 히트곡의 정수는 작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가수가 누구냐에 따라 노래 글자 수를 줄이고 늘리고 합니다. 예컨대 열 개의 음표가 있다고 칩시다. 가수가 노래 맛을 잘 살리지 못할 거 같으면 ‘사랑했기에 나도 가야지’라는 식으로 음표마다 글자를 다 붙여줍니다. 한데 노래 잘하는 가수라면 ‘아~안~녕, 안~~~녕’ 이런 식으로 넉 자만으로도 호흡을 끄는 등 기교를 부려 보다 풍부한 감성과 의미를 전달할 겁니다. 그래서 작사가가 멜로디를 지배하고 악보 위에 설 줄 알아야 좋은 노래가 나오는 겁니다.”

 

그는 한동안 훑고 간 방송들의 트롯 오디션과 관련, 어느새 잊힌 노래들을 새롭게 살려내는 순기능을 한 것은 맞지만 오디션 스타들이 일반 행사장까지 휩쓸면서 지역 또는 무명가수들이 그나마 자리잡고 있던 무대마저 잃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얼마 전에 어떤 잘나가던 가수한테 작품을 주려고 하니까 그러는 거예요. ‘선생님 지금 (곡을) 주면 어떡해요. 우리의 존재감이 있기나 하겠어요?’ 이 얘기를 듣고 너무 속이 상했어요.”

 

아직도 작사에 여념이 없는 그는 기회가 닿으면 가수 문주란(72)을 비롯해 조용필(71), 전인권(67) 그리고 이선희(57)와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단다. 이들 중 문주란은 트롯부터 록까지 무엇이든 소화 가능한 가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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